밀알 /박찬수
간직하고 싶었던 삶이
여울진 길목에서 흔적도 없는 모습으로
그립게 사라져 버린다 해도
님의 가르침대로 감사하며
한마디 신음도 허락치 않은
해산의 고톧을 지나
연초록 생명을 탄생하는 기쁨으로
그렇게 인고한 세월들을
남의 모습으로 온화하게
추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날에
한번쯤은 부녹함을 깨닫고
그렇게 부끄러움을 느낀 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썩어지는 가슴을 부둥켜 안고
보람의 노래로 춤을 추어야지
아지랭이 피면 아지랭이 따라
새들이 날면 새들을 쫓아
꽃이 피면 꽃을 보면서
존재없ㅇ는 삶일지라도
결코 부끄러워 하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떨어져
많은 열매를 맺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