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희망에게

푸른물 2012. 11. 15. 06:56

희망에게 / 이해인

 

햐얀눈을 천상의 시처럼 이고 섰는

겨울나무 속에서 빛나는 당신

1월의 찬물로 세수를 하고

새벽마다 당신을 맞습니다.

 

답답하고 목마를 때 깍아 먹는

한 조각 무맛 같은 신선함

 

당신은 내게

잃었던 꿈을 찾아 줍니다.

다정한 눈길을 주지 못한 나의 일상에

새 옷을 입혀줍니다.

 

남이 내게준 고통과 근심

내가 만든 한숨과 눈물속에도

당신은 조용한 노래로 숨어 있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는

우리의 인사말 속에도 당신은

햐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 있음으로

또 다시 당신을 맞는 기쁨

 

종종 나의 불신과 고집으로

당신에게 충실치 못했음을 용서하세요

 

새해엔 더욱 청정한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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