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처럼 깊은 말로 / 이향아
입술에 무쇠 천근의 추를 달아서
맹세는 죄가 되느니 망설였지만
평생에 한번이야 어떠랴
허락받은 그 맹세를
나는 지금 하고 싶다
산대나무 밭에는 종일 바람 서걱이고
지는 꽃 피는 꽃이 하늘에서 엇갈릴 때
엄지 손가락 지장을 붉게 눌러서
묵혀 둔 말 한마디로
맹세하고 싶다
세상은 유리 항아리차럼 희게 비치고
이만한 땅의 은총 그리 흔하랴
저녁 산 적시는 노을을 업고
이슬 찬 풀밭에 무릎을 꿇어
울음처럼 깊은 말로 맹세하고 싶다
삼나무 올 고아사 허리를 동여
내마음의 형틀에 두 손을 묶고
큰 물에도 가뭄에도 떠 내리지 않는
내 생에 단 한번
실한 맹세를
죽어도 당신을 사랑하노리
타오르며 하고 싶다
유언처러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