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 장만영 잠자리 푸른 잔디를 베고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끝없이 드높은 가을 하늘은 파아란 것이 호수 같다. 새빨간 잠자리들이 하늘로 헤엄쳐 다닌다. 나타났다가는 하늘 속 깊이 물속 같은 하늘 속 깊이 사라지곤 한다. 사라졌다가는 휙휙 나타나고 나타났다가는 다시 하늘의 푸르름 속으로 사.. 가슴으로 읽는 동시 2015.11.12
나무의 장갑 / 선용 입력 : 2013.01.10 23:30 나무의 장갑/ 선용 밤사이 예쁘게 누가 짜 주었지 손 시린 겨울나무 털장갑 꼈네 어젯밤에 윙윙 그리도 울더니 오늘 아침 손 내밀고 자랑을 하는 겨울나무 털장갑 누가 짜 주었나 발 시린 참새도 만져보고 가고 아이들 눈빛도 머물다 가고 ―선용(1942~ ) 겨울이면 가장 .. 가슴으로 읽는 동시 2014.11.07
잠자리 /이근배 잠자리 /이근배 사뿐 사뿐 사뿐, 가만 가만 가만. 거미줄 채를 쥐고, 가슴도 달싹달싹. 큰 마당 빙빙 맴돈다. 잠자리를 쫓는다. 앉을까 말까, 챌까 말까. 잡힐 듯 또 파르르, 마음 졸인 술래잡기. "잠잘아, 고추잠잘아, 고기고기 앉아라." ―이근배(1940~ ) 가슴으로 읽는 동시 2014.11.06
들길/ 전원범 들길 / 전원범 자전거 바퀴에 감겼다가 풀리는 시골길. 길을 따라 나서면 소근거리는 이야기가 들린다. 촘촘히 익어가는 옥수수 이야기 풍금 소리로 밀려오는 나락들의 이야기 꼬투리마다 여무는 콩들의 이야기. 가을이 내려오는 외길. 산허리를 돌아가면 길이 머무는 곳마다 아, 여름의 .. 가슴으로 읽는 동시 2014.09.16
가을 /박선미 가을 / 박선미 비바람에도 떨어지지 않고 따가운 햇살도 잘 견디더니 연둣빛 사과 빨갛게 익어 단물이 들었다 조금만 책이 ㄴㅁ어가도 툭 밀치고 조그만 말실숭도 톡 쏘던 새학년 처음 만난 내 짝 싸우면서도 정이 들어 단짝이 되었다. 박선미 (1961~) 가슴으로 읽는 동시 2014.09.16
나무들의 약속 / 김명수 나무들의 약속 나무들의 약속/ 김명수 숲 속 나무들의 봄날 약속은 다 같이 초록 잎을 피워 내는 것 숲 속 나무들의 여름 약속은 다 같이 우쭐우쭐 키가 크는 것 숲 속 나무들의 가을 약속은 다 같이 곱게 곱게 단풍 드는 것 숲 속 나무들의 겨울 약속은 다 같이 눈보라를 견뎌 내는 것 -김.. 가슴으로 읽는 동시 2014.09.16
여름의 끝 / 장석남 여름의 끝 / 장석남 여름의 끝을 물소리가 수척해진다 초록은 나날이 제 돌계단을 내려간다 나리꽃과 다알리아를 어깨에 꽃고 다녀간 구름도 어느집 내전(內殿 )자개장에서나 보리라 노에와도 같이 떰을 흘리며, 진땀을 닦아가며 타고난 손금을 파내던 일을 이젠 좀 쉬리라여울목 여울물.. 가슴으로 읽는 동시 201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