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푸른 잔디를 베고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끝없이 드높은
가을 하늘은
파아란 것이
호수 같다.
새빨간 잠자리들이
하늘로 헤엄쳐 다닌다.
나타났다가는
하늘 속 깊이
물속 같은 하늘 속 깊이
사라지곤 한다.
사라졌다가는
휙휙 나타나고
나타났다가는 다시
하늘의 푸르름 속으로
사라진다.
앗! 푸른 하늘이
숨을 쉬는 것일까?
잠자리를 빨아들이기도 하고
내뱉기도 하고!
―장만영 (1914~1975)

가을에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잠자리다. 그러기에 아이들은 잠자리를 쫓아 잠자리채를 들고 들길을 내달린다. 아이들은 잡았던 잠자리를 하늘로 날려 보낸다. 잠자리가 날아가는 푸른 하늘을 보고 싶어서다. 푸른 하늘을 뱅글뱅글 맴도는 잠자리는 어쩌면 아이들을 닮아서 더욱 사랑스러운지도 모른다.
이 시 속의 아이는 푸른 잔디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다. 호수와 같은 푸른 하늘을 잠자리들은 물고기처럼 헤엄쳐 다닌다.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잠자리를 보고 "앗! 푸른 하늘이 숨을 쉬는 것일까?" 하고 놀라서 잠자리처럼 눈이 똥그래진 천진한 아이의 모습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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