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게 / 이해인
햐얀눈을 천상의 시처럼 이고 섰는
겨울나무 속에서 빛나는 당신
1월의 찬물로 세수를 하고
새벽마다 당신을 맞습니다.
답답하고 목마를 때 깍아 먹는
한 조각 무맛 같은 신선함
당신은 내게
잃었던 꿈을 찾아 줍니다.
다정한 눈길을 주지 못한 나의 일상에
새 옷을 입혀줍니다.
남이 내게준 고통과 근심
내가 만든 한숨과 눈물속에도
당신은 조용한 노래로 숨어 있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는
우리의 인사말 속에도 당신은
햐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 있음으로
또 다시 당신을 맞는 기쁨
종종 나의 불신과 고집으로
당신에게 충실치 못했음을 용서하세요
새해엔 더욱 청정한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