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울음처럼 깊은 말로

푸른물 2012. 11. 14. 07:46

울음처럼 깊은 말로 / 이향아

 

입술에 무쇠 천근의 추를 달아서

맹세는 죄가 되느니 망설였지만

평생에 한번이야 어떠랴

허락받은 그 맹세를

나는 지금 하고 싶다

 

산대나무 밭에는 종일 바람 서걱이고

지는 꽃 피는 꽃이 하늘에서 엇갈릴 때

엄지 손가락 지장을 붉게 눌러서

묵혀 둔 말 한마디로

맹세하고 싶다

 

세상은 유리 항아리차럼 희게 비치고

이만한 땅의 은총 그리 흔하랴

저녁 산 적시는 노을을 업고

이슬 찬 풀밭에 무릎을 꿇어

울음처럼 깊은 말로 맹세하고 싶다

 

삼나무 올 고아사 허리를 동여

내마음의 형틀에 두 손을 묶고

큰 물에도 가뭄에도 떠 내리지 않는

내 생에 단 한번

실한 맹세를

죽어도 당신을 사랑하노리

타오르며 하고 싶다

유언처러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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