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이렇게 이기자
고위험군 아니라도 바이러스 깊숙이 침입땐
1~2일 만에 폐렴 일으켜
발열 증세 나타나면 즉시 타미플루 복용해야
신종플루 감염이 최근 들어 잠시 주춤해졌으나, 지난 8~9일 이틀 동안 전국 거점병원과 소아과엔 발열 의심 어린이 환자가 부쩍 늘었다. 방송인 이광기씨 아들(7)이 지난 8일 감기 증세가 생긴 지 불과 사흘 만에 신종플루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어린 자녀를 둔 부모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평소 건강했던 이씨 아들은 '고위험군'이 아니었다. '빠른 발은 있지만 독한 놈'은 아니라던 신종플루가 왜 건강한 사람까지 희생자로 만들고 있을까.
지금까지 국내에서 신종플루로 사망한 환자는 49명이다. 이 중 만성질환이나 고령 등의 이유로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은 고(高)위험그룹 환자는 41명이고, 나머지 8명(16%)은 평소 건강했던 비(非)고위험그룹이다. 즉 희생자 10명 중 1~2명은 멀쩡했다가 독감 증세 한 번으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그렇다고 신종플루 치사율이 최근 갑자기 높아진 것은 아니다. 9일까지 신종플루 감염자는 최소 18만명으로 추산되니 사망률은 0.02~0.03%대이다. 예전과 큰 변화는 없다. 이는 겨울철 독감의 치사율 0.1~0.2%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결국 질병 통계와 정황을 참작하면 대다수가 신종플루를 가볍게 앓고 넘어가지만 매우 드물게 '돌발 변수'가 생긴다는 얘기다.
이런 신종플루의 돌발 행동의 요체는 뭘까. 인플루엔자 인체 감염 과정을 설명할 때 통상적으로 쓰이는 비유가 '자물통과 열쇠' 이론이다. 우리 몸의 세포에는 바이러스나 세균 등 외부 침입자의 출입을 막는 자물통이 채워져 있다. 반면 호흡기 세포 안으로 반드시 들어가야 생존이 가능한 바이러스는 이 자물통을 딸 열쇠를 갖고 있다.
신종플루 사망자의 폐를 조사하여 국제학술지 '네이처' 등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겨울철 독감 인플루엔자는 폐 깊숙이 있는 호흡기 세포의 자물통 열쇠는 거의 없는데, 신종플루는 그 열쇠를 갖고 있는 경우가 꽤 있더라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하부 호흡기 자물통 열쇠를 갖고 있는 신종플루에 대거 감염되면 바이러스는 바로 호흡기 깊숙이 들어와 1~2일 만에 즉시 폐렴을 일으키게 된다. 바이러스가 감염 초기부터 유발하는 폐렴은 폐 전체로 쉽게 번져 나가는 특성이 있어 병세는 급속히 나빠진다.
지난달 30일 사망한 3살 남자 어린이도 발열 증세가 나타난 후 숨지기까지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이 같은 과정을 밟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부터 이번 달 초까지 발생한 신종플루 사망 사례 8건 중 절반인 4건이 이처럼 첫 증상 발생 후 4일 이내에 사망했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겨울 독감 희생자는 대부분 면역력이 떨어진 노약자인 반면 전 세계적으로 신종플루 사망자의 20~30%는 평소 건강했던 젊은 사람이거나 어린이"라며 "신종플루가 현재까지는 치사율이 높지는 않으나 방심하지 말아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신종플루의 돌발 행동을 미리 포착할 수는 없을까. 현재의 진단 기술로는 어떤 감염이 그 경우에 해당되는지 알기 어렵다. 확진 검사는 신종플루 감염이냐 아니냐만을 진단할 뿐이다.
하지만 ▲치료를 해도 열이 2~3일 이상 지속될 때 ▲발열 증세 초반부터 숨이 차거나 호흡 곤란이 있을 경우 ▲가슴에 통증이 있거나 ▲의식이 혼미해질 경우 등에서는 병세가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있더라도 즉시 거점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소아의 경우, 잘 놀지 않고 축 늘어져 있거나 탈진 상태 기미가 보이면 바로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 체온은 오전과 오후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중이더라도 체온을 수시로 체크해서 약효가 잘 나오는지도 관찰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과 박승철 교수는 "어떤 경우든 타미플루를 조기에 투여하면 회복될 확률과 낫는 속도가 빨라진다"며 "발열 증세가 있으면 확진 검사와 상관없이 즉시 타미플루를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에서 타미플루 부작용을 걱정해서 복용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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