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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40~50대(代) '컴퓨터 목 디스크' 조심!

푸른물 2009. 12. 17. 17:44

겨울철 40~50대(代) '컴퓨터 목 디스크' 조심!

몸통보다 목이 앞에 있는 거북목 자세가 통증 유발
근육·관절 퇴행된 상태라 자세교정·치료 쉽지 않아

서울 여의도에 사는 이모(58)씨는 지난달부터 인터넷 고스톱 삼매경에 빠졌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외출을 줄인 대신 한 번 컴퓨터 앞에 앉으면 4~5시간은 기본이었다. 그는 어느 날부터 목과 어깨가 뻐근해지더니 손까지 저릿저릿해지면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는 "잘못된 자세로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어서 목에 이상이 생겼다"고 말했다.

겨울철 집 안에서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는 40~50대 중장년층에 '컴퓨터 관련 자세이상증후군'이 늘고 있다. 목·어깨·손목 등에 통증이 생기며, 목디스크, 오십견 등 목·어깨 질환이 악화되기도 한다.

▲ 중장년층이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다가 목, 어깨, 허리 등에 자세 이상으로 인한 통증이 나타나면 자세 교정만으로 좋아지지 않고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신지호 헬스조선기자 spphoto@chosun.com
배하석 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잘못된 자세로 컴퓨터를 쓰다가 문제가 생겨 병원을 찾는 중년층이 많다"고 말했다. '독수리 타법'으로 한 글자씩 더듬더듬 치면서 모니터와 키보드를 반복적으로 보는 동작, 목이 몸통보다 앞쪽에 있는 자세, 자판이나 마우스를 사용할 때 팔꿈치를 허공에 띄운 자세 등이 문제를 일으킨다. 김성훈 연세사랑병원 부원장은 "컴퓨터 관련 자세이상증후군은 특히 여자, 비만, 평소 어깨 운동을 안 하는 사람에게 많다"고 말했다.

머리를 모니터에 들이미는 '거북목' 삼가야

40~50대는 상체를 의자 등받이에 기대지 않은 채 엉덩이만 의자에 걸치고 않아 머리를 몸통의 앞쪽에 위치시키는 자세를 흔히 취한다. 거북이처럼 목이 앞으로 구부러진다고 해 '거북목'이라고 불린다. 이때 목뼈(경추)는 정상적인 커브(C자)모양에서 일자(一字) 모양이 되고, 심하면 거꾸로 된 C자 모양으로 휘어진다. 그러면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기 위해 목 뒤쪽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면서 목과 머리의 경계 지점과 양측 어깨에 통증이 유발된다.

또 자판·마우스를 사용하면서 어깨 뼈(견갑골)를 움츠려서 목 위쪽으로 올리면 근육으로 연결돼 있는 어깨뼈와 흉곽 사이가 밀착이 잘 안 돼 어깨, 목, 등 주변의 근육에 통증이 나타난다. 의자에 비스듬히 앉은 자세도 문제다. 이 자세는 일시적으로 편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골반이 앞으로 밀리고 척추가 비뚤어지면서 허리 주변 근육의 통증뿐 아니라 허리 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젊은 층보다 통증 없애는 약물 치료 많이 시도

40~50대는 젊은 사람과 달리 자세 교정이 어렵고 통증이 만성화돼 치료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배 교수는 "따라서 중장년층은 우선 통증을 없애 주기 위한 약물 치료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는 진통제가 기본이다. 심리적 원인을 고려해 항우울제, 항불안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열 찜질과 같은 표층열 치료, 초음파를 이용한 심부열 치료, 아이스팩을 이용한 냉 치료, 저주파 전기 자극 치료 등의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약물 치료와 함께 자세 교정을 병행해야 한다. 의자에 앉을 때 엉덩이를 의자에 최대한 밀착시키고, 의자 등받이에 등을 편안히 기대며, 옆에서 봤을 때 귀·어깨·허리가 일직선상에 위치하도록 앉아야 한다. 컴퓨터 작업을 할 때 항상 이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키보드와 모니터의 위치도 조정해야 한다. 모니터와 눈의 거리는 최소 50㎝를 유지하고, 시선은 앉은 자세에서 약간 아래쪽으로 향하는 것이 좋다. 컴퓨터를 1시간 사용한 뒤에는 10분 정도 쉬어야 한다.

1주일간 스트레칭해도 효과 없으면 디스크 의심해야

올바르게 의자에 앉는 습관을 들이고 스트레칭을 1주일 이상 해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면 단순히 컴퓨터 이용시 자세 때문이 아닌 디스크 등 다른 원인을 생각해봐야 한다. 목뼈 사이의 디스크에 압력이 더 많이 가해져 목 디스크가 생기거나 목의 부담이 척추를 따라 허리까지 이어져 허리 디스크가 유발되기도 한다. X-레이 검사 등을 통해 이런 경우로 확인되면 본격적인 디스크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박시복 한양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40~50대는 이미 목, 어깨 근육과 관절에 퇴행이 진행되는 상태다. 이런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나쁜 자세를 하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
  • 2009.12.15 22:52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