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 강

중년 남성 최대의 적 간암

푸른물 2009. 10. 23. 08:01

중년 남성 최대의 적 간암

발견은 늦고 재발 쉬워 40~50대 癌 사망률 1위…
간수치 낮아도 안심은 금물
간경변증 땐 되레 정상치 통증 심한 말기돼야 발견
초음파·혈액검사해야
부작용 큰 식이요법 대신 조금씩 자주 나눠서 먹고
훈제, 절인 음식은 피하라

간암은 남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암이다. 40~50대 남성 암 중 사망률 1위가 간암이다. 그만큼 간암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다양하고 속설도 많다. 그러나 남성들이 알고 있는 간암 정보 중에는 틀린 것이 흔하다. 대한간학회가 정한 간의 날(20일)을 맞아 간암의 대표적 궁금증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전문의들에게 들었다.

간수치 낮으면 간암 안심해도 되나?

흔히 '간수치 낮음=간암 안심'이라고 생각하나, 이는 잘못이다. 간수치는 염증으로 간세포가 파괴되었을 때 나오는 효소를 측정한 값이다. 따라서 간수치가 높을수록 간 손상이 큰 상태이다. 하지만 간이 염증 단계를 지나 딱딱하게 굳어지면(간경변증 단계) 이 효소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간경변증 단계에서는 간수치가 정상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통증도 없다. 따라서 간경변증을 지나 암에 걸리면, 암 덩어리가 간수치·통증 등 아무 신호도 내지 않고 조용히 커지다가 통증이 나타나는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간암 여부를 정확히 알려면 간수치 검사 외에 알파태아단백(AFP·암이 생기면 수치가 높아지는 혈액검사의 일종)과 간의 모양을 자세히 보는 간 초음파검사를 함께 해야 한다.

간암은 왜 재발이 잘 되나?

간암은 워낙 재발이 잘 돼,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한 곳의 암덩어리를 제거해도 암세포가 다른 쪽에서 고개를 들고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대부분의 간암 원인이 간염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간 전체를 서서히 병들게 해 간염을 일으키고 간경변으로 진행시킨다. 간 전체를 간암이 발생할 수 있는 '밭'으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간 일부에 암이 생겨 도려내도 암세포가 다른 곳에 다시 생길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이다. 또 간은 혈관과 림프관 등이 그물처럼 엮인 형태로 발달돼 있어, 암의 간내 전이가 잘 일어나는 것도 재발 원인이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동물 간을 먹으면 간암에 좋은가?

소의 간 등 동물의 간을 먹으면 간암에 좋다는 속설을 믿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동물의 간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일부 연구가 시도된 적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하나도 없다. 동물의 간이 사람의 간세포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전혀 근거 없는 말이다.

간암환자, 왜 식이요법하면 안 되나?

상당수의 간암환자가 정상적인 식사보다 암에 좋다는 식이요법을 하고 있다. 식이요법 자체가 특정 음식에 의존하는 것인데, 간암에 효과가 증명된 '특효 음식'은 없다. 식이요법은 오히려 영양불균형 상태를 유발하고, 간성혼수 등의 부작용을 가져와 사망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간암 환자는 정상적인 식사를 하되, 다음을 주의해야 한다.

첫째,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 음식은 삼간다. 간암이 생기면 염분 배출 능력이 떨어지는데, 이때 소금이 몸에 더 들어오면 몸이 붓고 복수가 찰 수 있다. 훈제 음식은 발암 물질을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하루 3번 정규 식사만 하기보다 조금씩 자주 식사하고 끼니 중간에 간식을 자주 먹는다. 간암 환자는 소화 능력이 극도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고칼로리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두부 등이 간식으로 좋다. 셋째, 식사를 하면서 같이 음료를 마시지 않는다. 음료를 같이 마시면 식사량 자체도 줄고 소화가 잘 안 된다.

간암 환자가 암이 아닌 간경변으로 죽는 이유는?

간암 환자의 직접적 사망 원인이 간암 자체가 아니라 간경변증인 경우가 적지 않다. 보호자가 "간암이라더니 왜 간경변으로 숨졌느냐. 오진 아니냐"며 의료진에게 항의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러나 간암은 대부분 심한 간경변증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암 치료를 받으면서 암 자체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더라도 간경변증의 합병증인 식도정맥류파열, 간성혼수, 복막염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baejy@chosun.com
장미란 헬스조선 인턴기자
도움말: 이영석 부천성모병원 소화기 내과 교수
한광협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한태호 한림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2009.10.20 22:45 입력 / 2009.10.20 22:46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