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에 사는 이모(58)씨는 지난달부터 인터넷 고스톱 삼매경에 빠졌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외출을 줄인 대신 한 번 컴퓨터 앞에 앉으면 4~5시간은 기본이었다. 그는 어느 날부터 목과 어깨가 뻐근해지더니 손까지 저릿저릿해지면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는 "잘못된 자세로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어서 목에 이상이 생겼다"고 말했다.
겨울철 집 안에서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는 40~50대 중장년층에 '컴퓨터 관련 자세이상증후군'이 늘고 있다. 목·어깨·손목 등에 통증이 생기며, 목디스크, 오십견 등 목·어깨 질환이 악화되기도 한다.
- ▲ 중장년층이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다가 목, 어깨, 허리 등에 자세 이상으로 인한 통증이 나타나면 자세 교정만으로 좋아지지 않고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신지호 헬스조선기자 spphoto@chosun.com
- ▲ 중장년층이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다가 목, 어깨, 허리 등에 자세 이상으로 인한 통증이 나타나면 자세 교정만으로 좋아지지 않고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신지호 헬스조선기자 spphoto@chosun.com
- 배하석 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잘못된 자세로 컴퓨터를 쓰다가 문제가 생겨 병원을 찾는 중년층이 많다"고 말했다. '독수리 타법'으로 한 글자씩 더듬더듬 치면서 모니터와 키보드를 반복적으로 보는 동작, 목이 몸통보다 앞쪽에 있는 자세, 자판이나 마우스를 사용할 때 팔꿈치를 허공에 띄운 자세 등이 문제를 일으킨다. 김성훈 연세사랑병원 부원장은 "컴퓨터 관련 자세이상증후군은 특히 여자, 비만, 평소 어깨 운동을 안 하는 사람에게 많다"고 말했다.
◆머리를 모니터에 들이미는 '거북목' 삼가야
40~50대는 상체를 의자 등받이에 기대지 않은 채 엉덩이만 의자에 걸치고 않아 머리를 몸통의 앞쪽에 위치시키는 자세를 흔히 취한다. 거북이처럼 목이 앞으로 구부러진다고 해 '거북목'이라고 불린다. 이때 목뼈(경추)는 정상적인 커브(C자)모양에서 일자(一字) 모양이 되고, 심하면 거꾸로 된 C자 모양으로 휘어진다. 그러면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기 위해 목 뒤쪽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면서 목과 머리의 경계 지점과 양측 어깨에 통증이 유발된다.
또 자판·마우스를 사용하면서 어깨 뼈(견갑골)를 움츠려서 목 위쪽으로 올리면 근육으로 연결돼 있는 어깨뼈와 흉곽 사이가 밀착이 잘 안 돼 어깨, 목, 등 주변의 근육에 통증이 나타난다. 의자에 비스듬히 앉은 자세도 문제다. 이 자세는 일시적으로 편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골반이 앞으로 밀리고 척추가 비뚤어지면서 허리 주변 근육의 통증뿐 아니라 허리 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젊은 층보다 통증 없애는 약물 치료 많이 시도
40~50대는 젊은 사람과 달리 자세 교정이 어렵고 통증이 만성화돼 치료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배 교수는 "따라서 중장년층은 우선 통증을 없애 주기 위한 약물 치료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는 진통제가 기본이다. 심리적 원인을 고려해 항우울제, 항불안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열 찜질과 같은 표층열 치료, 초음파를 이용한 심부열 치료, 아이스팩을 이용한 냉 치료, 저주파 전기 자극 치료 등의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약물 치료와 함께 자세 교정을 병행해야 한다. 의자에 앉을 때 엉덩이를 의자에 최대한 밀착시키고, 의자 등받이에 등을 편안히 기대며, 옆에서 봤을 때 귀·어깨·허리가 일직선상에 위치하도록 앉아야 한다. 컴퓨터 작업을 할 때 항상 이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키보드와 모니터의 위치도 조정해야 한다. 모니터와 눈의 거리는 최소 50㎝를 유지하고, 시선은 앉은 자세에서 약간 아래쪽으로 향하는 것이 좋다. 컴퓨터를 1시간 사용한 뒤에는 10분 정도 쉬어야 한다.
◆1주일간 스트레칭해도 효과 없으면 디스크 의심해야
올바르게 의자에 앉는 습관을 들이고 스트레칭을 1주일 이상 해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면 단순히 컴퓨터 이용시 자세 때문이 아닌 디스크 등 다른 원인을 생각해봐야 한다. 목뼈 사이의 디스크에 압력이 더 많이 가해져 목 디스크가 생기거나 목의 부담이 척추를 따라 허리까지 이어져 허리 디스크가 유발되기도 한다. X-레이 검사 등을 통해 이런 경우로 확인되면 본격적인 디스크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박시복 한양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40~50대는 이미 목, 어깨 근육과 관절에 퇴행이 진행되는 상태다. 이런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나쁜 자세를 하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