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할머니의 마음

푸른물 2006. 4. 26. 16:13

할머니의 마음



길 가다가 다리난간에서 쉬고 있는 할머니를 만났네.
허리는 할미꽃처럼 굽었는데 얼굴은 아이처럼 해 맑으셨네.

어디 가시느냐고 물었더니 따로 사는 아들이 온다고 해서 장에 간다고 대답하셨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가는데 할머니가 몸은 이렇게 꼬부라졌어도
마음은 처녀 때 그 마음 그대로라우 수줍든 듯, 멋쩍어 하시면서 말씀하셨네.

그런데 우리는 노인에겐 아무 감정이 없는 무생물처럼 대하고 있으니

‘너희가 게 맛을 아느냐 ?’ 는 광고처럼 너희가 노인을 아느냐고 외쳐야 할까 ?

아들을 생각하면서 꼬부랑 할머니가 장에 가시는 마음이
부모는 자식을 영원히 짝사랑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면서

할머니의 아들이 엄마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엄마의 사랑을 느끼기를 바라면서 할머니와 헤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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