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부부 / 청 수
버스정류장 간이 의자에 앉아 있는 노부부를 보았네.
둥그렇게 닮은 얼굴이 오누이같이 보이고
지팡이를 나란히 잡고 있는 모습이
쌍둥이를 보는 듯 닮아 보이네.
얼굴에 핀 저승꽃은 인생의 훈장같이 보이고
눈부시게 흰 머리는 삶의 은메달처럼 반짝이는데
세월이라는 강에 사랑도 미움도 모두 풀어버린 마음은
바다가 되어서 넉넉해 보이고
기쁨도 슬픔도 녹아버린 가슴은
곰삭은 곤쟁이젓같이 깊은 맛이 있어 보이네.
새것이 기쁨이 되는 시대에
젊음이 자랑이 되는 시대에
오래되어서 좋은 포도주처럼
늙어서도 저 노부부처럼 살고 싶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