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할미꽃의 꿈

푸른물 2006. 4. 14. 19:09


 

 

 

할미꽃의 꿈 / 청수

 

물동이를 이고 지느라고 허리가 굽었을까
하루 종일 이 밭 저 밭  김을 매느라고 허리가 굽었나
바람둥이에다 술주정뱅이 남편에게 허구한 날 매를 맞아서
얼굴이 보라색으로 피멍이 들었을까
시어머니에게 구박을 받으며 부뚜막에 앉아서
가마솥에 누룽지만 먹어 마른 장작처럼 바싹 말랐나
자식공부 시키려고 먹을 것 먹지 못하고 입을 것 입지 못해서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듯 말랐을까
노인네가 늙으면 죽을 때를 기다리며 수의를 장만하듯이
무덤가 양지바른 곳에서 죽을 때만을 기다리나
이제 온갖 시름 다 내려놓고도
아직도 자식이 걸려서 자식이 잘 되기만을 굽은 허리에
엎드려서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여윈 몸에 두툼한 털외투를 둘렀으니 아들이 선물 하였나
봄바람이 살을 파고든다고 딸이 따뜻한 비로드 목도리를 선물 했을까
그만하면 자식농사를 잘 지었으니 할미꽃의 평생의 꿈은 이루어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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