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다른 입양아도 수년전 장염증세로 사망…
아이 병원 입원시키려고 소독 안한 우유병 쓰고 끓이지 않은 물 먹여
자신이 입양한 생후 28개월 된 아기를 대낮 병실에서 질식시켜 숨지게 한 뒤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30대 주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일 이 같은 혐의로 최모(31)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최씨와 숨진 딸 이모(2)양이 경남 양산시 한 대학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를 찾은 것은 지난 1월 1일. 2008년 울산 한 아동기관에서 입양한 이양이 생후 6개월 만에 장염과 간질 등 증세를 보여 경북 경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간질 조절에 어려움을 겪어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다.
입원 2주째가 되던 14일 오후 3시쯤. 최씨가 갑자기 같은 병실(5인실)에서 생활 중이던 환자 및 보호자들이 아이 침대를 볼 수 없도록 커튼으로 사방을 가렸다. 이씨는 양손으로 유아용 환자복 바지를 펼쳐들고 침대 위 아기 얼굴을 감싼 후 꽉 눌렀다고 경찰은 밝혔다. 숨을 쉴 수 없었던 아이는 신음을 내며 버둥거리다 축 처졌다.
35분쯤 지나서 최씨는 간호사들에게 "딸 아이가 갑자기 경기를 일으키고 숨을 쉬지 않는다"고 알렸다. 담당 의료진이 도착했을 때 아기는 이미 맥박도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이양은 4일 후 MRI 및 뇌파 검사를 통해 뇌사 판정을 받았고 2개월 더 치료를 받다 지난 3월 숨졌다. 이후 엄마 최씨는 보험사 두 곳에서 딸 아이 입원치료비 등 명목으로 총 2600만원의 보험금을 탔다.
자칫 묻혀버릴 뻔했던 이 같은 최씨의 인면수심적 행동은 9개월여 만에 경찰에 발각됐다.
앞서 숨진 최씨의 두 딸이 이양과 비슷한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았고 최씨가 보험금을 타낸 사실 등이 경찰 귀에 흘러들어 가 꼬리를 밟힌 것이다.
이번에 숨진 이양은 최씨 부부 사이의 세 번째 딸이자 그들이 입양한 두 번째 딸이다. 최씨가 낳은 첫 번째 딸은 생후 20개월 만인 2003년 3월 장염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다 숨졌고, 2005년 대구 한 아동기관에서 입양한 둘째 딸도 생후 15개월이 되던 이듬해 8월 첫째 딸과 같은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다 숨졌다. 당시 최씨는 보험사들로부터 각각 1800만원과 1500만원을 받았다. 또 저소득층을 위한 방송 프로그램에 자신의 사연을 보내 1000만원을 받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300여만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경찰은 조사를 통해 최씨의 주도면밀한 범죄 행각을 밝혀냈다. 평소 소독하지 않은 우유병으로 우유를 먹이고 끓이지 않은 물을 먹여 장염 등에 걸리기 쉽도록 했다고 경찰은 말했다.
최씨는 "아이를 죽일 마음까진 없었으나 당시 남편과 불화로 가출해 혼자 지내던 터라 일자리를 구하는 데 거추장스럽다고 여겨 모진 행동을 했다. 지금은 후회한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북경찰청 이수용 광역수사대장은 "아이 입양이 양육을 위한 것인지 보험금을 탈 목적인지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아동기관에서 입양된 아이들 중 이와 유사한 피해자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