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문화다! 지식인 현장 리포트] [3] 다문화 가족은 평범한 이웃이다 아이 키우는 데 관심 많고 사는 모습 우리와 똑같아 결혼 신중하게 할 수 있게 혼인신고·비자발급 개선을"남편이 바보 같아요. 매일 무슨 약 같은 거 먹어요. 말도 한 번 안 해요. 무서워요. 이혼하고 집에 가고 싶어요. 그런데 한국 중개업자가 결혼에 돈이 많이 들었다고 그 비용을 내야지 갈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도망쳤어요."(탓트후어ㆍ베트남 여성·21) "난 뭘 잘 모르는데 시어머니가 큰소리로 야단쳐요. 그때 남편은 구경만 해요. 남편은 화가 나면 나보고 자꾸 나가라고 해요. 갈 데도 없는데 그러면 막 눈물이 나요."(나르타샤ㆍ캄보디아 여성·22)
한국인 남성도 국제결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늘에 맹세코 때린 적이 없습니다. 신부가 나이도 어리고 나는 두 번째 결혼이고 해서 잘해주려고 했어요. 잠자리를 안 하려고 해도 어려서 그런가 보다 기다렸고, 친정 엄마가 아프다기에 100만원쯤 주었어요. 그런데 외국인등록증 나온 지 며칠 안 지나 짐 싸서 나가버렸어요. 한국에 오려고 거짓으로 결혼했던 것 같아요."(안홍만·52ㆍ농사). 언론에 가끔 보도되는 끔찍한 폭력은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연구팀이 NGO인 '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만난 다문화가족들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 ▲ 경기도 안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방문한 정진성 서울대 교수(오른쪽)가 한국어교육 자원봉사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세계화가 국가 간에 경제적 격차를 만들면서,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노동을 위해 이동하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이 결혼을 위해 이주하는 현상도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이후 외국인 결혼 이주 여성이 급격히 증가해서, 2009년 전체 혼인건수에서 국제결혼이 차지하는 비율은 11%에 이르렀다. 주로 중국(45%)과 베트남(29%), 필리핀(7%) 등지의 여성과 한국 남성의 결혼이다. 다문화가족은 남성과 여성 모두 경제적으로 낮은 계층 출신이 많아서, 국가로부터 최저생계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의 비율이 4.9%로 일반 국민(3.1%)보다 훨씬 높다(2009년). 부부간 나이 차이는 2009년 11.1세로서 한국인 부부 평균인 2.2세보다 다섯배나 많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 여건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가족도 적지 않다. 지난 10월 9일 서울 충무초등학교에서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어울림 한마당'에서 만난 필리핀 여성 조세파는 "결혼해서 한국에 온 지 11년 됐어요. 애들은 셋, 초등학교 4학년, 3학년, 1학년이에요. 한국말은 아직 어려워요. 애들이 학교에서 알림장 받아오면 다 이해 못해요. 그래서 어려운 것은 남편에게 물어보면서 해결해요"라고 말했다. 베트남 부인을 둔 윤기홍씨는 몇 안 되는 아버지 참가자 중 한 사람이었다. 윤씨는 "이 사람은 한국말 잘 못해요. 나한테 물어보세요. 결혼한 지 9년 8개월째예요. 애는 둘이고요. 애들은 한국말 다 잘하고, 인제 애들이 엄마를 가르쳐주죠. 학교에서 가정통신문 같은 거 오면 그건 다 내가 해요"라고 말했다.
경기도 의왕시의 정내과에 세 살짜리 딸 민주를 데리고 오는 22세 베트남 여성 누엔몽검은 18살 많은 남편과 넉넉지 않은 살림을 하면서도 한국말을 열심히 배워서 일자리를 얻었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베트남에서 친정어머니를 모셔다 놓았다. 의사 정진민씨는 "아이를 갓 낳았을 때부터 우리 병원에 다녔는데, 처음에는 한국말도 잘 못하고 아기 배내옷도 제대로 입혀오지 못하고 포대기도 제대로 사용 못해 내가 다 가르쳐 줬어요"라고 말했다.
다문화가족 모두가 이렇게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들이 결혼중개업 시장에 속수무책으로 던져지지 않고 신중하고 진지하게 결혼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 개선이 정부와 시민사회에서 다각적으로 모색되고 있다. 여성들을 따뜻한 가정으로부터 유혹해내는 위험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은 우리 사회 전체의 체질개선에서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에 대한 편견은 다문화가정과 그 아이들을 우리 사회의 그늘진 집단으로 만든다. "다문화가정 사람들을 보고 '바보 아냐, 변태 아냐?' 이런 소리 하는 걸 자주 들어요." 서울 동신초등학교의 이중언어 강사인 몽골 출신 비얌바 도우람 선생님의 말이다.
다문화가족이 사는 모습도 우리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 이들을 우리의 평범한 이웃으로 보는 인식이 다문화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다. "이주 여성들에 대해 처음엔 멀리서 온 외국인 며느리라고 측은해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똑같이 옆집 며느리가 되는 것 같아요." "한국 엄마들하고 마찬가지로 아이들 키우는 데 관심이 많죠. 어떻게 하면 잘 키울까, 아이들이 말이 늦지는 않을까 걱정이죠." 약 900가구의 다문화가정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 안성시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자원봉사 교사인 한인미씨와 박정규씨는 외국인 결혼 이주 여성들을 우리와 똑같은 이웃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시와 편견은 물론 동정도 이들을 우리에게서 갈라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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