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인성교육 고무적… 중등 입시부담-예산부족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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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형 자율학교로 본 혁신학교 성패 예상도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추진하는 혁신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2007년부터 운영한 제주형 자율학교(i-좋은학교)가 그 해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제주형 자율학교는 교육과정 및 학교경영의 자율권을 부여해 특성화된 학교로 현재 25곳이 운영되고 있다.
○ 입시교육 무시하지 못하는 현실
![]() 김녕중의 창의 조형반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다양한 물건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수업은 주 3회 1시간씩 학생들이 선택해 각종 체험활동을 하는 ‘스펙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
영어 활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신엄중은 주당 영어과목 시수를 1시간씩 늘렸다. 또 원어민 교사가 한국인 교사와 함께 외국 교과서로 말하기·듣기·쓰기·문법·독해 수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자율학교는 국어·사회·도덕을 제외한 교과는 수업시간의 2분의 1 범위 내에서 줄이거나 늘릴 수 있다. 영어는 외국교과서를 쓸 수도 있다.
방과후 학교 특성화프로그램에도 무학년제 토익반과 중급회화반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고희권 교장(57)은 “검정교과서를 쓰지 않는다고 하자 처음에는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중3 학부모들이 불안해했지만, 결국 고입 진학률도 올라 이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주형 자율학교인 김녕중학교도 학력향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영어와 수학을 1시간씩 늘려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고 있다. 강영종 교장은 “학생들의 실력에 맞게 수준별 수업을 실시한 덕분에 올해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학력향상 최우수학교’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 신엄중 1학년 영어 말하기 시간에 학생들이 원어민 교사와 함께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
교육 전문가들은 “혁신학교를 중·고등학교 위주로 진행하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중학교부터 특목고 입시에 매달리는 상황에서 창의·체험활동을 중요시하는 교육과정은 학부모나 교사, 학생들 모두가 선호할 수 없다”며 “특히 대부분 혁신학교를 세우려는 낙후지역은 창의인성 교육보다 학력향상 프로그램이 더 유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곽노현 서울교육감은 “특목고와 대학 입시로 시달리는 중학교부터 혁신학교를 시작해 공교육의 새 표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시교육청 관계자는 “간부회의에서 (곽 교육감에게) 혁신학교를 중학교 위주로 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조언이 나온다”며 “엄마들이 학력 위주가 아닌 체험활동 중심의 수업을 인내할 수 있는 건 초등학교까지다”고 말했다.
○ 예산 부족과 교원 업무 과중
제주형 자율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들은 모두 예산지원의 지속성과 재지정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1기 자율학교들은 학교당 2억 원씩 지원받았지만, 2기 자율학교들의 경우 재지정된 학교는 7000만 원, 신규 지정 학교는 1억 원씩 지원받았다. 총 30곳을 선정할 예정인 3기 자율학교들은 ‘지정은 하되 지원금은 없다’는 게 도교육청의 원칙이다. 정 장학사는 “프로그램의 지속성 문제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언제까지 예산을 지원할 수도 없고, 다른 학교와의 형평성 때문에 고민”이라고 말했다.
![]() 한림여중에서 학생들이 ‘미래의 명함 만들기’ 수업을 하고 있다. 이 수업은 인성교육 ‘꿈비디(꿈과 비전을 디자인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제주=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교육계에서는 혁신학교도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 모두 무상급식 추진을 내걸고 있는 상황에서 한번 혁신학교로 지정하면 매년 학교당 1억∼2억 원씩 투자해야 하는데 그 예산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몇 년 하다 지원을 끊으면 학교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각종 시범학교류(類)의 사업으로 변질돼 실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도 넘어야 할 과제다. 혁신학교는 교장과 교사들의 교육철학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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