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짧고도 길어야 할 -이선영(1964~ )

푸른물 2010. 9. 4. 09:05

짧고도 길어야 할 -이선영(1964~ )

그대와 나의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냐

그대와 내가 늘 처음처럼 사랑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사랑한다는 말을 지루하도록 되풀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마침내 낯익어서 낯설어져 버린 서로의 얼굴이 마주치는 순간을 맞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중략)

당길수도 늘릴 수도 없는 이

인생이라는 것



지독한 패러독스다. 나와 사랑하는 이의 쓰라린 평행선을 시인은 그대와 나의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이 시에는 평범한 구어체의 말을 쓰면서도 리듬이 생성되고 있다. 아마 진정성 때문이 아닐까. 감히 말하지만 시인의 자전적 이야기가 은유로 깊이 숨어있지 않을는지? 언젠가 시인을 만나면 물어보리라. ‘당길 수도 늘릴 수도 없는 이/인생이라는 것’의 자조적 표현들은 오늘 아침 한 사람과 마주 앉은 식탁에서 깊이 울릴 것이다. 마치 종소리처럼. <강은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