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이수익(1942∼ )
제 몸을 부수며
종(鍾)이
운다
울음은 살아있음의 명백한 증거,
마침내 깨어지면 울음도 그치리.
지금
존재의 희열을 숨차게 뿜으며
하늘과 땅을 느릿느릿 울려 터지는
종소리,
종소리,
그것은 핏빛 자해(自害)의 울음소리
시는 고통의 발설(發說)이다. 제 몸이 부서지는 아픔이 없는 곳에선 태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고통이란 실은 ‘존재의 희열’이 아닌가? 고통스럽기 때문에 생은 의미 있는 것이 되는 게 아닌가. 의미의 울음,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존재를 지상에서 영원으로 날게 하는 날개가 되리라. 아마 지금 멀리서 종소리가 들려올지 모른다. 그 스스로 깨어지는 아픔의 울음소리에 동참하라. 울음소리에의 동참, 시의 시작이다. <강은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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