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여름 - 김종길 (1926∼ )
소나기 멎자
매미소리
젖은 뜰을
다시 적신다.
비오다
멎고,
매미소리
그쳤다 다시 일고,
또 한여름
이렇게 지나가는가.
(후략)
노시인의 단정한 모습이 ‘젖은 뜰’에 어리는 시다. 이미지가 맑다. 그리고 여기 이미지에는 소리의 흐름이 마치 ‘소나기’처럼 급히 언어를 적시고 있다. 그 때문에 매미 소리가 범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매미는 다 알다시피, 3주간을 살러 지상에 나오는 안타까운 벌레가 아닌가. 그러니 그 매미 소리는 얼마나 다급한 외침일 것인가. 그 매미 소리와 소나기 소리가 어울리며 인생을 이미지화하는 시. 겨우 3주간 사는, 삶이라는 ‘매미 소리’여. 순간의 영원 같은 ‘소나기 소리’여. <강은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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