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 이준관(1949~ )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여름밤은 뜬 눈으로 지새우자.
아들아, 내가 이야기를 하마.
무릎 사이에 얼굴을 꼭 끼고 가까이 오라.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우리들을 그냥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구나.
나뭇잎에 진 한낮의 태양이
회중전등을 켜고 우리들의 추억을
깜짝깜짝 깨워놓는구나.
아들아, 세상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많은
너는 밤새 물어라.
저 별들이 아름다운 대답이 되어줄 것이다. (후략)
마치 장욱진의 그림이라도 보는 느낌이다. 별이 가득 떠 있는 밤하늘, 동그마니 무릎을 안고 앉아 있는 아들, 그 옆으로 달이 달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는 아들의 손가락에 달을 달아준다. 추억이 회중전등처럼 켜진다. 추억 속에는 젊은 날의 아버지가 어른거린다. 수만 꿈들이 달과 함께 추억의 커튼을 펄럭거리며 흩어진다. 별들 사이에 들어 있는 한 사람의 역사. 우리 모두 그런 추억의 액자를 가지고 있다. 추억의 액자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대답 하나. 기다리자, 그 대답을. 하늘가에 뿌리자. 시가 되어. <강은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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