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산보 -파블로 네루다(1904~73)

푸른물 2010. 9. 4. 08:50

산보 -파블로 네루다(1904~73)

때때로 사람되기가 힘드는 걸 느낀다.

때때로 양복점이나 영화관에 들어가 풀죽은 자신을 발견한다.

(중략)

이발관의 냄새는 날 소리쳐 울게 한다.

(중략)

때때로 나는 내 발이나 손톱이 싫을 때가 있다

내 머리칼이며 나의 그림자가 지겨울 때가 있다.

때때로 사람되는 것이 지겨울 때가 있다.

(중략)

나는 산보한다

(중략)

철사줄에 옷이 걸려있는 뜰을 지나간다.

팬티며 수건이며 와이셔츠같은 것들이

서서히 더러운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다.



때때로 사람 되기가 힘드는 걸 느끼진 않는지? 또는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라고 생각되진 않는지? 네루다의 인식은 양복점·영화관 같은 소소한 삶터에서 느닷없이 달려온다. 때로는 지나치는 뜰에 걸려 있는 빨래들의 펄럭임에서도. 하긴 삶은 ‘산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산보’가 시가 된다. 거기서 그 어떤 느닷없는 인식을 건지기만 한다면? <강은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