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랑 할머니가 - 신경림 (1936 ~ )
꼬부랑 할머니가
두부 일곱 모 쑤어 이고
일곱 밤을 자고서
일곱 손주 만나러
한 고개 넘어섰다
두부 한 모 놓고
길 잃고 밤새 헤맨
아기노루 먹으라고
두 고개 넘어섰다
두부 한 모 놓고
먹이 없이 내려온
다람쥐 먹으라고
세 고개 넘어섰다
두부 한 모 놓고
알 품고 봄 기다리는
엄마 꿩 먹으라고
네 고개 넘어섰다
또 한 모 놓고
동무 없어 심심한
산토끼 먹으라고
(중략)
일곱 고개 넘어서니
일곱 손주 기다리는데
두부는 안 남고
한 모밖에 안 남고
노시인의 동시다. 설명이 필요없다. 긍정의 따뜻함에 얹힌 사소함의 환유가 우리의 근원에 있는 ‘소리심’의 줄을 확대시킨다. 가끔 이런 동시의 마음에 젖어보라. 생이 훨씬 다정해지리라. <강은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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