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뒤에 가을하늘은 너무 맑고 투명하다. 마치 거울 같아서 얼굴을 대면 보일 것처럼 말이다.
가을 햇볕은 내가 좋아하는 슬픈 빛깔을 띠고 있다. 음악에 단조처럼 슬프다. 성긴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듯한 색깔을 하고 있다.
가을햇볕하면 엄마의 무덤, 비오는 날 연인과 이별하고 가는 남자의 뒷 모습 같은 슬픔이 묻어 있다.
그래서 가을 햇볕을 보면 나는 괜히 가슴이 먹먹해져서 슬프다.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떠나 보낸 허전함과 쓸쓸함 같기도 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버림 받은 천애고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가슴 한 켠이 텅 빈 곳간처럼 허전하다.
그럴 때마다 음악을 듣거나 글을 쓰거나 하면서 마음의 허전함을 채워간다
그러면 텅 비었던 곳간은 조금씩 채워져서 허기진 배를 채우 듯 허전함을 채워준다.
그런 후에 보는 햇볕은 살가운 친구의 미소처럼 느껴져서 나는 친구의 미소에 내 모든 시름을 내어 놓는다 장마에 눅눅해진 이불을 말리 듯 내 슬픔을 친구 같은 가을 햇볕에 널어 말린다.
그리하여 뽀송한 모습이 되어 일상의 생활인으로 다시 돌아가고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