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서 등산을 가기로 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나까지 두 사람만 나왔다. 누구는 어제 김장을 해서 피곤하다고 못 나오고 누구는 갑자기 김장을 하게 되어서 못 나오고 그런 식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날씨도 잔뜩 흐리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둘이서라도 남한산성에 가려고 했는데 비가 오니 틀렸길래 오늘 김장해서 못 나온다는 사람이 두 사람이었는데 그 중의 한 사람은 집이 가까웠다. 우리는 등산을 포기하기로 하고 그 집에 가서 일손을 덜어 주려는 생각에 전화를 했더니 다 끝마치고 점심을 먹는 중이라면서 어서 오라는 것이다. 처음 가는 집이라서 몇 번의 전화를 해서 주인이 마중을 나와서 같이 들어 갔다 집은 3층으로 된 구옥인데 5가구가 사는 집이었다. 마루에 들어서니 5~6명이 마루에 신문지를 깔고 한창 밥을 먹는 중이었다. 우리와 함께 가는 집주인은 동네에 들어서자 아는 사람인지 김장을 하니 식사하러 오시라고 초청을 하는데 바쁜 일이 있다면서 못 간단고 하면서 지나갔다. 집에 들어서면서 아래층에 사는 새댁에게 밥 먹으러 올라오라고 하였다. 김장은 이미 끝나서 도와 줄 일은 없고 밥 먹는 게 일이었다. 주인의 넉넉한 성격만큼 분위기는 소박해서 처음 간 집인데도, 모르는 얼굴들인데도 전혀 낯 설지가 않았다. 김장을 하여 바쁘고 경황이 없을텐데도 미역국에 매운탕까지 차린 밥상은
숟가락을 놓지 못하게 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배추의 속과 절인 배추 고갱이를 얻어 가지고 왔다. 분위기 때문인지 달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술술 나왔다.
우리 두사람은 갑자기 김장을 하게 된 집으로 가기로 했다.
수지에 산다는데 초행길이라서 물어 물어서 1시간여 만에 가니 그 집은 49평 아파트였는데 그 집도 김장은 이미 끝나서 김치통에 담고 있는 중이었다. 윗층에 사는 사람이 속을 넣어주고 갔다면서 혼자 정리를 하고 있었다.
정리가 끝난 후 고구마를 렌지에 쪄서 주니 맛있었다.
김치지짐도 해주고 와인도 내왔다. 먼저 집에서는 집에서 담근 산수유 술을 내왔었다.
단독주택의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푸근한 느낌과 넓은 아파트의 세련됨을 느끼면서 옛것에다, 세련된 도시적인 것이 덧 입히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삭막하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