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봄비의 역할

푸른물 2007. 5. 1. 09:35

봄비의 역할


 

한 밤중에 깨어 엄마를 찾으며 우는 어린애처럼

봄비가 줄기차게 내리네.

짓궂은 머슴애처럼 밤새도록 봄꽃들을 못 살게 굴고선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시침을 떼는

못된 구석이 있는가 하면

짙은 화장으로 갑갑하던 세상을

간밤에 말갛게 씻어 놓아 해맑은 얼굴로 만드는

착한 구석도 있으니

양날의 칼이라 믿음이 가지 않네.

 

추억여행의 가이드를 자청하여

유창하게 설명을 하니

장면마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슬픈 시나리오를 연출하는

영화감독처럼 우는 연기를 강요하면서

밤새도록 강행군으로 줄기차게 찍고 또 찍어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리고

빗물이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비극의 주인공을 연출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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