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의 동화 / 청 수
한 번도 사랑을 해보지 못한 민들레가
사랑은 네모일까 동그라미일까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고
사랑은 빨강색일까 파란색일까
색칠을 해보기도 하고
사랑의 편지를 썼다가 지우기도 하면서
사랑을 꿈꾸어 왔다네.
민들레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바위처럼 꿈적 않던 몸이
풍선처럼 가벼워져서
사랑을 찾아 여행을 떠났는데
어느 날 바람을 만나서
마침내 사랑을 하게 되었다네.
마냥 행복해진 민들레는
새털처럼 가벼운 몸으로
하늘로 놀러 가는데
바람이 자기보다 하늘을 더 좋아한다고
질투의 눈이 먼 바람이
인정사정없이 맨 땅에 내동댕이쳤다네.
사랑의 씨앗을 잉태한 민들레는
정든 고향이 아닌 물설고 낯 설은 곳에
사랑하는 사람이 헌신짝처럼 버렸어도
자식을 사랑하는 모정의 끈질긴 생명력으로
덧없는 사랑을 후회하지 않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해서 예쁜 아기를 낳게 되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