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 /청수
도시도 아닌 시골도 아닌 어정쩡한 곳에
허름하고 낡은 집 한 채를 보았네.
담은 태풍을 만난 듯 군데군데 허물어져 있고
대문은 떨어져 나간지 오래된 듯 하고
집은 금방 허물어질 것처럼 보이네
인기척이 나서 들어가보니
집안은 의외로 정갈하며 온기가 돌아
사람이 살만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 평생을 그 집에서 산 듯한 노인이
힘없이 반기는 듯 보이네.
세월이 흘러서
비록 담은 헐고 대문은 떨어져 나갔어도
내가 사는 집이기에 쓸고 닦아서
아직도 살기에 불편하지 않아
남이 보기에는 허물어져가는
보잘 것 없는 집이라 해도
그 노인에게는 정든 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