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발낙지의 辯 / 청 수
내 이름은 세발낙지인데
흔히들 발이 세 개라서 세발낙지인 줄 아나
천만의 말씀, 발이 가늘어서 세발낙지라고 하는구먼.
겉모양은 뼈도 없이 흐느적거려 내가 생각해도 볼품없이 생겼으나
그래도 이 몸이 소금과 참기름으로 곱게 화장을 하면
요새 잘나가는 스타가 부럽지 않구먼.
가는 막대기에 내 몸을 칭칭 옭아매고
마술쇼의 주인공이 되면 고통이 이만저만 아닌데
스타가 되는데 이만한 고생은 참아야지 하면서 꾹 참아내는구먼
게다가 내 몸을 토막 내는 묘기의 주인공이 되면
너무 고통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발버둥을 치는데
지옥 같은 고통을 겪고 나니 갑작스레 신분상승이 되어 귀하신 몸이 되더구먼.
그래서 나는 얼 짱도 아닌 것이 더구나 몸 짱도 아닌 것이
인기 짱으로 떠서 강장제라는 이름으로 마술쇼를 하기에 바쁜데
나를 보려면 서슬 퍼런 만원 한 장으론 간에 기별도 안 갈 만큼 높으신 분이 되더구먼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고 하는데 들어 본 적 있는가?
하나님 가라사대 인간의 외모를 보지 않으시고 중심을 보신다고 하셨다는데
정말 하나님은 명언중의 명언만을 하시는구먼.
아름다운 보석 상자를 열어 보니 금은보화는커녕 구리반지조차 없이
속이 텅 비었을 때 얼마나 실망이 클 건가
비록 깨진 항아리에 담겨 있어도 백합꽃은 얼마나 아름답고 향기로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