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노년의 독백

푸른물 2015. 11. 6. 06:46
노년의 독백 / 청 수 귀가 잘 안 들려서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어떠리 나쁜 이야기 안 들어서 좋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리 눈이 침침해져서 앞이 잘 안 보이면 어떠리 보기 싫은 모습은 안 보니 좋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리 새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쩔쩔매며 잘 적응하지 못하면 어떠리 옛것이 좋다고 구관이 명관이라고 생가하면 그만이리 우산이나 장갑 한 짝을 칠칠맞게 흘리고 다니면 어떠리 잃어버려야 다시 새것을 갖게 되니 좋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리 가스를 잠궜나? 전기 코드를 뺐나? 깜빡깜박 하면 어떠리 아직은 그런 일이 안 일어났으니 다행이라고 생가하면 그만이리 나이가 들면서, 늙어가면서 안달복달 한다고 오는 백발이 멈추지 않고 몸의 이곳저곳이 망가지는 것이라면 그나마 이렇게라도 살아있음에 감사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느긋하게 바라보는 것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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