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6번 방의 추억 / 청 수

푸른물 2015. 11. 2. 09:27
6번 방의 추억 / 청 수 여고 동창 친구들과 떠난 거제도 여행에서 차 안에서 방을 제비뽑기로 정했는데 내가 뽑은 것은 주홍색 종이의 6번 한 방에 다섯 명씩 배정되었는데 우리 방은 클라리넷이라는 이름의 203호 6번 방 입만 열면 남의 칭찬에 여념이 없는 착한 친구 친구를 위해 방을 바꿔 준 마음씨 고운 친구 목소리만 들어도 시원시원하여 가슴까지 뻥 뚫릴 것 같은 친구 독일 친구는 누굴까? 늘 궁금했던 친구 꿔다 논 보릿자루 같은 나를 포함하여 다섯 명 각자 샤워를 하고 자리를 펴고 적당히 누운 다섯 명의 친구 낯선 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서 출세가도를 달려왔으나 지금은 평범한 할머니로 산다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일찍이 가장이 되어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는 친구도 있고 대학 다닐 때 미팅에서 만나서 지금까지 알콩달콩 여행 다니며 산다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알뜰살뜰 절약하여 지금은 남부럽지 않게 현모양처로 산다는 친구도 있어서 우리시대의 표준형을 모아 논 것처럼 다양한 인생행로의 다섯 친구 아침에 일찍 일어 난 친구들의 얼굴은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처럼 밤사이 사랑의 아교를 바른 듯 끈끈해져서 전화번호를 적어 주고, 사진을 찍고 6번 방의 추억을 쌓으며 헤어진 친구들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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