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날씨도 녹이는 우정 / 청 수
봄날 같이 따뜻하던 날씨가 어제부터 갑자기 영하의 날씨로 돌변했다
어제 병원에 갈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혼이 났었다. 오늘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아서 여전히 추웠다.
그런데도 잼잼반 친구들은 영하의 날씨와 상관없이 속속 양평의 경신이네 집으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모인 친구들이 모두 열한 명이었다. 나는 양평터미널로 갔는데 고맙게도 경신이가 픽업을 해주었다.
차 안에는 장금자가 타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덜 미안했다.
이런 우대를 받아도 되는 것인지 신경이 쓰였다.
나는 친구들이 한 곳에 모이는 것으로 내 마음대로 생각했었다. 이층으로 된 그녀의 집은
두 식구가 살기에는 너무 넓었는데 그것은 그녀가 사람들을 잘 초대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금자가 유설자 선배의 수필집 ‘세월 따라 가는 마음’을 글을 쓰니까 준다고 하면서 선물로 주었다.
고마웠다. 책도 책이지만 그 마음이 고마웠다.
경신이가 약식과 묵과 구운 계란을 아침에 직접 만들었다고 하면서 내어 놓았다.
친구들은 오자마자 점심을 서둘렀는데 임정자 친구의 진두지휘아래 일본식 소고기 전골이 만들어 졌다.
경신이가 이것저것 상에다 내어 놓았는데 말린 가지장아찌, 청양고추 간장절임 깻잎 매실 절임,
미역줄거리볶음, 풋마늘무침, 야채샐러드, 돼지족발, 돼지꼬리찜, 인절미 등 두 상 가득 차려 놓았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친구가 언제 밑반찬을 만들 시간이 있었을까? 참 살림도 잘하는 친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반찬들이 하나같이 그녀의 외모처럼 깔끔한 맛이 났기 때문이다.
미역줄기볶음은 느끼하지 않으면서 깔끔해서 자꾸만 젓가락이 갔고 풋마늘을 새콤달콤하게 무쳤는데
상큼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었고 가지장아찌는 쫄깃하면서도 담백하여 가지 같기도 하고 고기 같기도 하여
신기해 하면서 먹었고 풋고추장아찌는 매콤하면서도 깔끔한 맛으로 느끼함을 가시게 했고 야채샐러드는
야채를 잘 먹지 않는데도 입맛을 당기게 하였다. 샐러드소스는 나에겐 낯 선 소스여서 상표를 기억하려고
보고 또 보았는데도 기억이 날듯 말듯 하다. 후식으로는 파인애플과 오렌지. 사과, 배, 한과, 땅콩, 오징어포,
두부과자 등이 푸짐하게 차려져서 입이 쉴 사이 없이 먹고 또 먹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숙자의 제의로 44년생이 설거지를 하기로 했는데 이원자와 신정자가 해당이 되어
설거지를 하였다. 요즘 유행어로 살다가 눈 달리고 이런 일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역시 우리 ‘수도 친구’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나는 오늘 연신 감탄하는 걸로 나의 역할을 맡은 것처럼 속으로 계속 감탄을 하고
있었다.
식사 후에 윷놀이를 했는데 아이디어우먼 센스쟁이 이숙자의 지휘아래 우리는 두 편으로 나눠졌고
김광옥은 깍두기가 되었다. 내가 속한 팀은 여섯 명으로 세 명이 한 팀이 되었는데 우리 대표는 김명애였고
이숙자와 내가 한 팀이었으며 상대팀은 이원자 이상복 임정자였고 대표는 이원자였다.
다른 팀은 네 명으로 김경신 장금자 박홍자 신정자였다. 우리팀은 결정적일 때마다 빽도를 두 번이나 한
나의 공로(?)로 연속적으로 두 번을 내리 져서 금방 끝이 났다.
상대팀은 상복이와 정자가 던지면 윷이 나왔고 거기다 모도 가끔 나와서 이원자팀이 워낙 윷을 잘 놓았다.
다른 팀은 홍자가 연신 윷을 쏟아 냈다는데도 상대팀도 만만치 않아서 막상 막하로 우리보다 한참 늦게
끝났다. 외출할 때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면 좋을 간편 주머니가 상품으로 주어졌는데 이긴 팀에게는
주머니 안에 천원이 들어 있었다. 천 원이 그렇게 크게 보이기는 오늘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윷놀이 후에 숙자의 제의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숙자에게 제일 먼저 보내는 사람에게 상품을
준다고 했다. 친구들은 열심히 찍었는데 나도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창 밖에 나무를 찍었는데 뭐가 잘못 됐는지
용량초과라고 전송이 되지 않았다. 일등은 이원자에게 돌아갔다. 상품으로는 겨울용 스카프였는데 색상도
멋있고 포근한 것이 좋아보였다. 친구들은 자유롭게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더러는 눕기도 하였는데
나도 소파에 누웠다. 요즘 대장검사 후유증으로 몸이 좀 안 좋은데다 어제 오늘 연속으로 이틀의 외출 ,
그것도 추운 날씨에 나에겐 무리가 된 것 같았다 겨울에 피는 이야기꽃은 더 재미가 있었다.
그 중에는 외국에서 자식에게 버림받은 어느 노부부의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었고 늙어가면서 벌어지는
잔잔한 에피소드들이 대부분이었다.
"만나면 이렇게 좋고 행복하니 건강해서 잘 만나자는" 임정자친구의 말은 우리 모두의 바람을 대변한
말일 것이다. 수도앨범이 경신이네 있었다, 앨범은 우리들 나이만큼이나 늙어 있었다. 선생님의 얼굴은
기억나는 얼굴보다 기억에 없는 선생님들이 더 많았다. 6년을 같이 한 친구들도 아는 얼굴보다 모르는 얼굴
아니, 생각이 나지 않는 얼굴들이 더 많았다. 나의 기억력에도 문제가 있을 터이고 반백년 세월의 탓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경신이네 앨범을 봤다. 세계를 내 나라처럼, 내 집처럼 그것도 부부와 가족과 함께 한
친구의 행복이 거기에 있었다. 거실에 있는 가족사진처럼 행복한 가족의 모델 같아서 보기에 좋았다.
우리는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남은 반찬으로 비빔밥을 하였다. 역시 임정자친구가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오늘 임정자친구가 한요리 한다는 것을 새로 알았다.
요리 뿐이겠는가! 그 당시 서울에서 내노라하는 인재들이 모인 수도의 친구들인데 그 실력이 어디 가겠는가!
내가 모를 뿐이지...
오늘 경신이의 외손녀가 서울대체육과에 합격했다는 것도 놀랄 일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서울대체육과
동문이라니 더 더욱 놀랄 일이 아닌가 ! 신문에 날 일이다. 신문기자는 이런 좋은 기사는 안 쓰고 뭘 하나
몰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 나오려는데 경신이 부군께서 들어오셨다.
아내를 위해 , 아내의 친구들을 위해 외조를 하는 남편의 모습이, 늙지 않은 당당한 체격이 남다르게 보였고
부부의 다정한 금슬을 느낄 수가 있었다.
우리는 택시를 불러서 세 팀으로 나눠 가기로 했는데 나는 원자와 홍자랑 같이 탔다 그녀들이 나를 위해
양평터미널을 거쳐 양평역으로 갔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였다
경신이는 추운데도 배웅하러 한참이나 따라 나왔다. 우리의 신년맞이 모임은 임정자의 말처럼 행복했고
즐거웠다.
신년맞이 모임이 어떤 것일까? 궁금했었는데 이런 것이었다.
영하의 날씨도 우정으로 녹이는 행복이 있었던 것이다.
영하의 날씨에 아침 일찍부터 음식 장만하느라고 수고하고 즐거운 자리 마련한 친구 경신아!
고맙고 감사했다오! 몸살나지 말고 건강하기를! 그리하여 이런 모임이 너로 인해 지속되기를 염원한다오!
영하의 날씨에도 먼 길 달려온 친구들 덕분에 즐겁고 행복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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