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행복한 1박2일 여행기 / 청 수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기 전날 잠자던 심장이 술 취한 것처럼 흥분이 되었는지 잠이 오지 않았다.
아침에도 알람이 깨우지 않아도 저절로 일찌감치 일어났다 그만큼 내 심장이 흥분하고 있었나보다.
수지버스정류장에 가니 11월의 공기는 찼으나 친구들을 기다리는 마음에서인지 춥지 않았다.
대기소 안은 사람들로 북적대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원자와 같이 있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서울에서 친구들이 탄 버스가 도착하여 차에 타면서 나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수지에서 4시간 정도를 달려서 오후 1시쯤에 벌교에서 꼬막으로 차려진 점심을 먹었는데
음식은 전라도라더니 역시 맛있었는데 싱겁게 먹는 내 입에는 조금 짠 것이 옥의 티였다.
점심을 먹고 순천만의 갈대밭으로 갔다. 아니 밭이 아니라 갈대숲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넘실대며 춤추는 갈대의 군무는 눈을 떼지 못하게 했고 갈대들과 동행하는 갈대숲 길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흠이긴 하지만 나와 갈대가 하나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갈대에 파묻혀서 걸으니 내가 갈대인지 갈대가 나인지 모르게 되었다.
더구나 이 친구를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저 친구를 만나면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걸으니
체인징 파트너하는 기분이 들어 재미있었다. 친구들 따라서 용산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말이 산이지 완만하여서 동네 뒷산을 오르는 것 같았다. 중간에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얘기도 하면서
올라가다가 중간전망대에서 갯벌을 내려다 보는 즐거움을 덤으로 누리면서 가다보니
어느새 정상이 되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갯벌은 광활하게 펼쳐져 있어 장관 이었다.
아!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정해진 시간에 맞추느라고 사진 한 방 찍고서는 서둘러 내려 와서 숙소로 향하는 길에
잠깐 '순천만 국제 정원 박람회장'을 찾으니 끝물이라서인지 꽃은 제 역할을 다 하고 쉬는 듯 해서
좀 아쉬웠는데 우리는 혜진이의 예술적 작품의 주인공 역할을 맡아서 앉았다 일어났다 웃었다 하면서
힘들게 사진 촬영을 마쳤다.
순천 도착하기 전에 차 안에서 방을 배정 받았는데 10방으로 나누고 각 방에 4명으로, 방장이 정해졌는데
우리는 방희자가 방장이고 구미자 강금주 나, 이렇게 네 사람이었다 원자가 와서 “괞찮겠냐고? ” 해서
나는 좋다고 했다. 50 년 만에 만나서 친한 친구도 안 친한 친구도 없으니 나에게는 모두가 다 새로운
친구들인데 누군들 안좋겠는가!
펜션에 도착하니 어둑어둑해졌고 쌀과 김치를 배급받느라고 분주한 가운데
배정받은 4번 방으로 들어갔다.방은 냉기가 돌아서 우리는 서둘러서 온도센서를 누르고 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안쳤다. 친구들이 가져온 반찬과 얻어 온 반찬, 점심 때 식당에서 남은 반찬을
알뜰히 챙겨 온 덕에 식탁에 차리니 가짓수가 너무 많아서 세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우리 4번 방은 역할분담이 자동으로 이루어져서 미리 연습한 것처럼 손발이 척척 맞았다.
친구들과 화기애애하게 먹는 저녁식사는 성찬이었다. 수다를 떨면서 먹으니 먹을수록 더 맛있는 것 같았다
우리 방의 멤버인 강금주는 알고보니 고등학교 때 한 반에서 2년을 함께 한 친구여서 더 반가웠다.
저녁을 먹고 희자 금주는 노래방으로 가고 미자와 나는 남았는데 우리는 샤워를 하고 TV를 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는데 왠지 잠은 오지 않고 눈만 감고 있었는데 막 잠이 들려는 순간
친구들이 들어와서 우리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을 잤다. 미자와 나는 방에서 희자와 금주는
미안하게도 거실에서 잤다.
아침이 되어 이불을 개는데 발을 디딜 수가 없을 만큼 뜨거웠다 한증막처럼 뜨거운 방에서 자서인지
몸이 피곤한 줄 모르게 개운했다. 깔깔해진 입으로는 국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서둘러서 남은 김치로
막장과 내가 해온 볶은고추장을 넣고 대강 김칫국을 끓이고 김과 남은 반찬으로 식탁을 차리니
깔깔하던 입맛도 잊은 채 밥이 저절로 입으로 잘도 들어갔다 아마도 친구들과 즐겁게 먹어서가
아닐까 싶다.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부리다 시간이 너무 지나간 것을 알고 서두르기 시작하였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꼬였다.밥 먹기 전 칫솔케이스를 식탁 위에 놓은 것 같은데 쓸려고 하니 없었다.
문제는 미자랑 나랑 똑 같은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그런 줄도 모르고 미자 것이 내 것인 줄
알았고 미자는 자기 것이 맞다 하면서 가방을 뒤지고 한바탕 소동을 부린 후에 식탁 뒤 거실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늦게서야 발견했다. 내가 어떻 게 알았으랴 !
케이스도 칫솔도 치약도 같은데 다만 치약과 칫솔 색깔이 다를 뿐이었던 것을,
언젠가 선물받았던 것을 처음으로 가져왔기에 그렇게 똑 같은 것이 있을 줄을
둔치인 내가어찌 알았으리요! 더구나 요즘 깜빡깜빡하는 나의 기억력이 한 술 보태어져
그 소동이 벌어지게 되었던 것이었었다.
아침을 먹은 후 버스를 타고 가서 낙양읍성을 구경했다 동원을 보니 사또가 죄인들을 다루던 모습이
재현되어 있어 연속극에서 볼 때와는 다른 실감이 들어서 인상적이었고 고을 원님의 관사 같은 살림집은
지금 보니 너무 초라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촬영세트장 같이 조성된 초가집들은 위에서 보니 아담하게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정겨웠다. 한 곳에 가니 타작마당이 보여서 옛날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감회가 남달랐다.
우리는 다시 버스로 송광사를 향했다 송광사로 오르는 길에는 곱게 단장한 단풍들이 우리를 맞이해주었고
송광사의 넓은 절 안은 쓸쓸하였다. 그것은 절의 주인인 스님들을 한 분도 만나지 못해서인지 모를 일이다
경치가 아무리 좋으면 무엇하리요? 사람이 살지 않는 듯한 적막한 절은 가을처럼 쓸쓸해 보였다.
송광사 아래 식당에서 먹는 점심은 전라도 음식의 진수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반찬 하나하나가 맛깔스러웠다. 장금자 임보훈 윤혜진 나, 이렇게 앉았는데 우리는 이야기꽃을
피우느라고 식사시간이 자꾸만 길어져갔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한 군데 남은 구경을
더 하기로 했는데 가다보니 해도 저물어 가고 비도 슬슬 와서 이른 저녁을 하기로 하고
갈비탕을 먹기로 했는데 외국산 갈비로 만든 갈비탕이었지만 옛날에 먹던 갈비탕처럼
국물이 맑고 담백하고 달아서 배가 불렀었는데도 한 그릇을 다 비웠다.
다시 버스를 타고 오는 중에 혜진이가 갑자기 두툼한 책자를 돌려서 나는 처음엔 그게 뭔가 했는데
알고보니 노래방책이었다. 혜진이의 입담은 타고 난 듯 장내를 한 손안에 잡고 흔들어서 그녀의 손에
잡히면 꼼짝없이 당해야 했으니 친구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나가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목소리는 늙지 않았고 부르는 노래마다 높은 점수가 나와서 분위기를 고조시켜 갔다.
미국에서 온 최정자도 김문자도 나와서 노래를 부르니 보기 좋았다 우리의 흥은 더해갔고
나도 불려 나갔는데 신고식을 하라는 게 이유가 되었다. 힘 없는 목소리로는 노래에 자신이 없어
나는 노천명시인의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라는 시를 암송했다.
계속되는 친구들의 노래로 우리의 흥은 더해갔고 버스는 안성에서 이수자가 내리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수지팀이 내리게 되어 친구들과의 재미있었던 나의 여행은 여기서 끝이 났다.
그동안 1박2일 여행을 위해 수고한 고명희 회장과 임원들 수고 많았습니다!
2년 동안 수고하느라고 참 많이 애 썼습니다. 차 안에서 차기 회장 선출할 때 추천되는 친구마다 회장을
극구 고사하여 이 방법 저 방법이 안 통하여 무기명투표로, 그도 안 되어 14기가 존폐 위기에 처했을 때
구원투수 김경자 친구의 선한 투구로 어렵게 회장을 뽑았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리요!
쑥떡을 해오느라고 애쓴 세 친구들이여! 맛있게 먹었구요. 무겁게 배를 가져온 친구 고마웠습니다.
고명희 회장님의 이별선물로 준 호두과자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친구들과의 여행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한반이었든 친했든 안 친했던지 상관없이 50년 세월에 묵히니
그저 하나의 수도라는, 14기동기라는 이름이 있었기에 만나면 반갑고 만날수록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함께 한 친구들 고마웠습니다 이번에는 한 반이었던 장순이와 김증자 친구를 만나서 더 좋았습니다.
참 이윤희 친구와 2년 동안 한 반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아서 좋았구요.
아 ! 행복한 1박 2일의 여행을 만들어 준 함께 해 준 친구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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