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백령도에서 가져온 돌멩이

푸른물 2012. 11. 3. 09:20

백령도에서 가져온 돌멩이

오늘 은행껍질을 까려고 돌멩이를 찾으니 없었다. 여기 있나 저기 두었나 서랍도 열어보고 있을 만한 곳은 다 찾아 봐도 없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손자를 줬는데 잊어버리고 있었나보다. 7 살 난 손자는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이 많아서 우리 집에 오면 여기저기를 뒤지다가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요즘에는 자기 집에 가져가겠다면서 곧잘 달라고 하는 편이었다.

그 돌멩이는 백령도에서 몰래 가져온 돌이었다. 처음 가져 와서는 유리컵에 물을 넣고 돌을 담갔더니 돌멩이가 너무 예쁘게 보였었다. 그러다가 서랍에 잘 두었는데 손자가 꺼내서 놀다가 거실의 탁자 밑에 작은 그릇에 두었는데 손자가 달라고 해서 주었던 모양이다.

놓친 고기가 더 커보인다는 말처럼 그 돌에 대해서 좋았던 기억이 연달아서 떠올라서 아쉬움이 커져갔다.

몇 년 전 여름에 동생과 함께 백령도에 여행을 갔었다. 아들과 며느리가 보내준 효도여행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너무 즐겁고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그러나 배로는 처음 하는 여행이라서 귀 밑에 배 멀미 파스를 한 쪽만 붙였던 것이 원인이었는지 출발한지 한 시간이 채 못 되어서 배 멀미를 해서 남은 3시간여를 하늘이 빙빙 도는 것처럼 어지럽고 토할 것처럼 힘들었었다. 그러나 올 때는 멀미약을 먹었더니 무사히 올 수 있었다.

2박3일의 여행이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인천항에서 같이 배를 탄 일행들이 몇 팀 있었는데 한 팀은 모 대학 교수팀이고 다른 팀은 보험회사직원 팀이었다. 우리는 모두 폐교를 개조해서 만든 숙소에서 함께 묵었으며 안내인 따라서 같이 관광을 다녔었다. 돌아오는 길에 대청도에서 일박을 하면서 바닷가에 나가서 우리 일행들은 돌멩이를 줍기 시작했다. 예쁜 돌멩이를 주우면 서로 보여 주기도 하고 주워서 서로 교환도 하면서 어린애처럼 동심으로 돌아가서 즐거워했었다. 그런데 안내인이 가져가다 들키면 걸린다고 겁을 주는 바람에 웬만한 건 다시 거기에 놓고 조약돌 2개와 공깃돌 5개만 몰래 가지고 왔었다. 조약돌은 아기 손바닥만한 것이 납작하면서 도톰한 타원형 모양에 가운데에 십자가처럼 파랑과 분홍색의 가로세로 줄이 있는 얌전하게 생긴 돌 하나와 그보다 조금 작고 조금 더 동그라면서 같은 색의 십자가가 있는 모양의 돌멩이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예쁘고 얌전하게 생긴 돌멩이가 없는 것이다. 가끔 그 돌멩이를 볼 때면 그 때 즐거웠던 여행의 추억이 생각나서 좋아했던 돌멩이가 없다고 생각하니 서운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허전하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 들었다

하찮은 돌멩이와의 이별도 이렇게 마음이 언짢은 것을 생각하니 마음을 비우고 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나의 착각인지도 모르겠다.

젊은이는 꿈을 꾸며 살고 늙은이는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처럼 나의 소중한 추억의 한 자락이 없어진 것 같은 상실감에 나는 그렇게 허전했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내가 늙긴 늙었나보다. 이렇게 추억에 연연해하는 걸 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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