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에 젖은 낙엽 / 청 수
살아보겠다고 마지막 안간힘을 쓰며
가지에 매달려 있는 나뭇잎을
심술궂은 개구쟁이처럼
가을비가 마구 휘저어 놓아서
나뭇잎이 후드둑후드둑 땅바닥에 맥없이 떨어지네.
가엽게도
물먹은 솜처럼 몸이 천근만근인 낙엽은
꼼짝달싹 못 하고 그 자리에만 있네
불쌍하게도
물에 젖은 생쥐 꼴로
낙엽이 오들오들 떨면서 있네
처량하게도
가을비는 낙엽을
가엽고 불쌍하고 처량한 신세로 만들었네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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