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가을비에 젖은 낙엽 / 청 수

푸른물 2014. 11. 11. 07:42

가을비에 젖은 낙엽 / 청 수

 

 

살아보겠다고 마지막 안간힘을 쓰며

가지에 매달려 있는 나뭇잎을

심술궂은 개구쟁이처럼

가을비가 마구 휘저어 놓아서

나뭇잎이 후드둑후드둑 땅바닥에 맥없이 떨어지네.

가엽게도

 

물먹은 솜처럼 몸이 천근만근인 낙엽은

꼼짝달싹 못 하고 그 자리에만 있네

불쌍하게도

 

물에 젖은 생쥐 꼴로

낙엽이 오들오들 떨면서 있네

처량하게도

 

가을비는 낙엽을

가엽고 불쌍하고 처량한 신세로 만들었네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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