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추해지지 않으려고 / 청 수

푸른물 2014. 10. 29. 06:00
추해지지 않으려고 / 청 수 몇 해 전해 갑자기 머리에 내려앉은 하얀 서리를 숨기기 위해 검정 물로 머리에 염색을 하는데 십 년은 젊어 보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서 귀찮은 것 마다않고 그 일을 반복하는데 얼마 못 가서 새싹처럼 흰머리가 뾰족이 얼굴을 내밀면 그만큼의 내 한숨도 늘어나네. 얼굴에 늘어난 주름을 감추기 위해서 이것저것 얼굴에 덧칠을 하는데도 주름살은 자기존재를 과시하듯 드러내는데 몇 해 전만 해도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이 그 말이 늙었다는 말의 다른 말인 줄도 모르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론 좋아서 웃고는 했네. 외출하려고 옷을 찾으면 이것저것 맘에 안 드는데 이제는 있던 옷도 정리해야 할 때이기에 다시는 옷은 안사는 것으로 한 나와의 약속을 깨고 옷을 사려고 하면 평범하지 않은 체형과 나이로 옷을 고를 때마다 색상과 모양과 가격의 힘겨루기로 머리가 아프고 고른 옷만큼이나 스트레스가 쌓이네. 이제는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듣기는 커녕 나이보다 늙어 보인다는 말을 들을까 봐 조마조마하는데 머리에 염색을 하고 얼굴에 덧칠을 하고 옷으로 모양을 낸들 십 년이 젊어질까 마는 추해지지 않으려고 늙으면 추해진다는 어릴 적 고정관념에 얽매여서 추해지지 않으려고 이 모든 수고를 마다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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