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노숙 / 김사인

푸른물 2014. 11. 4. 06:46

노숙 - 김사인(1955~)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었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늘 하루 늦게 도착하는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를 입고 먹이를 얻고 집도 이루었다. 옷가지를 벗기고 누인 나를 내가 내려다보게 되었을 때, 애써 잊고 있던 노숙의 나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내가 나를 가만히 떠날 수 있는 유일한 순간. 그때 어떤가 몸이여, 묻지 말아야 했다. 묻는다는 것은 내가 나를 달래며 다시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를 입히는 행위. 다음 추위도 참아낼 수 있지, 옹이 진 손이 옹이 진 발에게 건너가는 시간. 날것을 헤집는 바람도 있지만 날것을 감싸는 바람도 있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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