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화(墨畵) - 김종삼(1921∼84)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부어오른 발잔등을 어루만져 줄 사람 한 명도 없이, 대저 삶이란 이렇게 적적하고 적막해도 괜찮은 것일까. 말없는 그림 한 점 걸어놓고, 매일 바라보며 홀로 나누는 대화는 우리의 삶에서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일까. 차마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마감한 하루하루의 마지막 쉼표 다음을 우리는 무슨 말로 이어갈 수 있을까. <황병승·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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