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서른 아홉 / 전윤호

푸른물 2014. 9. 24. 06:39

서른아홉
- 전윤호(1964~ )

사십이 되면

더 이상 투덜대지 않겠다

이제 세상 엉망인 이유에

내 책임도 있으니

나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무조건 미안하다

아침이면 목 잘리는 꿈을 깨고

멍하니 생각한다

누가 나를 고발했을까

더 나빠지기 전에

거사 한 번 해보자던 일당들은 사라지고

나 혼자 남아

하루 세 시간 출퇴근하고

열 두 시간 일하고

여섯 시간 자고

남은 세 시간으로

처자식을 보살핀다

혁명도 없이 지나가는 서른아홉

지루하기도 하다

전윤호 (1964~)
우는 여자는 예쁘고 우는 남자는 아프다, 라는 요지의 글을 어디엔가 쓴 기억이 납니다. 오랜 투병 끝에 둘째 고모가 세상을 등졌을 때 내 동생 불쌍하다며 소주 한 병 따라 마시고는 통곡하던 아빠, 아빠도 ‘이등병의 편지’에 울고 ‘서른 즈음에’에 울고 ‘내 나이 마흔살에는’에 울어가며 쉰 고개 넘고 예순 고비 넘어 칠순을 눈앞에 둔 오늘에 이르렀겠지요. 서른아홉에 아빠는 매일같이 매달리는 딸들에, 매일같이 쪼아대는 상사에, 매일같이 성진물텀벙에서 아귀찜에 소주병나발 안 불 수가 없었겠지요. 한평생 성실함이 무기였던 아빠의 서른아홉… 실은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그때로 돌아가 권커니 잣거니 밤새 술친구 해주고 싶은 심정 굴뚝이니 아마도 철이란 건 서른여덟쯤 되어야 맡을 수 있는 비릿한 냄새인가 봐요. 길 가다 한 번씩 무릎 꺾일 때마다 심장 철렁하며 흘리는 식은땀, 그 끈끈함이 바람에 말라갈 때의 서늘함을 나는 오늘도 간담에 비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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