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파장 / 신경림

푸른물 2014. 9. 24. 06:32

 

    파장(罷場)/ 신경림

- 신 경 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깍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빚 얘기

   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난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신경림(1935~)

'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숙 / 김사인  (0) 2014.11.04
서른 아홉 / 전윤호  (0) 2014.09.24
바퀴 갈아끼우기 / 베르톨트 브레히트  (0) 2014.09.24
혼자 먹는 밥 / 송수권  (0) 2014.02.18
가족   - 이지엽(1958~ )  (0) 2014.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