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罷場)/ 신경림
- 신 경 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깍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빚 얘기
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난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신경림(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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