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
- 송수권(1940~ )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
숟가락 하나
놋젓가락 둘
그 불빛 속
딸그락거리는 소리
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
우리 生에서 몇 번이나 이 빈 그릇
엎었다
되짚을 수 있을까
창문으로 얼비쳐 드는 저 그믐달
방금 깨진 접시 하나
처음으로 혼자 밥을 사먹은 적 언제였더라, 왜 그런 날을 크리스마스처럼 기억하지 못하는지 자책할 때가 많습니다. 자고로 기념일이라 하는 것은 달력에 나만 알아보는 빨간 동그라미 쳐놨다가 혼자 케이크 사서 불 켰다 불 끄는 맛이 있어야 보다 특별할 텐데 언제부터인가 우린 공유하기에 안달이 나서 저마다의 내밀함 같은 것을 다 잃어버린 것도 같거든요. 대학에 입학하던 그해 3월 나는 분식집에서 라면을 시켜놓고 내내 삐삐만 만지작거리고 있었지요. 앞에 옆에 누구라도 없으니 마음이 어찌할 바를 몰라 멀리 있더라도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는 그 ‘사물’에 의지를 하더라고요. 라면 사발에 코를 박고 후루룩, 단무지까지 마시다시피 하고 나와 내가 한 일은 커피 캔을 하나 사 쥐고 걷는 거였어요. 바로 그 순간 갑작스레 의기양양 으쓱해지던 기분은 어디서 유래했을까요. 기껏해야 밥 한 끼였는데 뭐가 닥치든 해볼 요량 같은 자신감이 솟은 건 어떤 연유에서였을까요. 쓸쓸함이란 감정을 잊을 만하면 홀로 식당에 갑니다. 나 하나든 여럿이든 밥숟갈 드는 힘으로 밥만 잘 들어올린다면 사는 기쁨이지 않겠어요. 늙어가는 부모와의 밥상머리에 머리 빼지 말고 자주 디밀어주는 센스, 자주 발휘하라고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할까 봐서 우리 부모님 밤낮없이 내 전화통에 불을 내시나 봐요.
<김민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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