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밥 / 이우걸

푸른물 2014. 2. 18. 06:42


- 이우걸(1946~ )

내 하루의 징검돌 같은

밥 한 그릇 여기 있다

내 하루의 노둣돌 같은 밥 한 그릇 여기

있다

내 한의 얼레줄 같은 밥 한 그릇 여기 있다.

네가 주인이라서 섬기며 살아왔다

네가 목숨이라서 가꾸며 살아왔다

그 세월 지난 듯도 한데 왜 아직도 배가

고프니?

한 끼니 밥을 위해 살아가는 아등바등한 삶이여! 아직도 배가 고픈가? 그렇다. 배가 고프다. 그 밥을 노둣돌 삼아 더 높이 뭔가를 이루려는 삶이여! 슬픈가. 그렇다. 밥 머슴 되어 빌어먹어야 오를 수 있는 삶이 슬프다 못해 한스럽다. 춘궁기 보릿고개 다 넘어 이제 끼니 걱정은커녕 되레 초근목피(草根木皮) 거친 먹거리 웰빙 밥상 오르는데 여태 고픈가? 왜? 종지부를 물음표로 찍어놓아 끝없이 묻고 있는 시다. 밥과 그 밥을 가져다주는 직업·직장의 소중한 의미와 함께 인생의 의미를 통째로 묻고 있다. 끝 간 데 없는 삶 자체의 자유와 인간의 깊이와 자존을 묻고 있다. 두 수로 된 연시조, 정형시 틀 안에서도 이렇듯 일상 어법으로 자유롭게 삶의 의미를 캐묻고 있다. 일상에 바쁜 여러분도 잠시 이 시조 물음에 답해보시라. 밥줄에 매였어도 우리네 인생은 얼마나 자유롭고 깊고 넓고 또 설레고 아름다운 것인지.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