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치매 검사 / 청 수

푸른물 2014. 6. 25. 06:28
치매 검사 / 청 수


몇 년 전부터 깜빡깜빡 하는 것 같아서

독감주사를 맞으러 갔다가 무료치매에 이끌려서 치매검사를 받았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지인이 치매검사를 받았다는 질문들을 떠올리면서

‘안녕하십니까?를 거꾸로 해보기도 하고

어제 저녁에 무엇을 먹었나 를 열심히 생각해보기도 했네

약간의 긴장과 두려움과 불안이 교차하면서 검사를 받기 시작하였는데

백에서 7을 계속 빼라는 것은 비교적 쉽게 한 것 같고

오늘이 몇 년 몇 월 며칠 무슨 요일이냐는 질문은

장날이라 오는 길에 시장에 들리려고 달력을 본 것이 다행인 것 같고

모자, 자동차, 가방 을 말해주고 잠시 후에 다시 물어 본 것은

막힘없이 나와 줘서 맞춘 것 같고

겹친 오각형을 그리라는 문제는 왜 이걸 그리지? 하면서 그렸는데

나이보다 기억력이 좋다는 의사에 말을 들으면서

‘나이보다’ 라는 말이 목에 가시처럼 걸려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병원을 나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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