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전체가 / 최규철
내 얼굴 전체가 / 온통 당신을 향한 눈이 되게 해주십시요.
얼굴과 얼굴을 대하듯 / 빛을 받아 내 몸의 안팎을 밝히시며
주야가 없는 당신의 날을
한 빛으로 영원(永遠)까지 비출 수 있는
그런 당신의 투명한 눈이 되게 해주십시요.
내 선 자리는 / 천애(天涯)의 둘레를 안으며
빛의 본심(本心)을 여는 / 향일성(向日性) 해바라기의 한낮.
속속들이 열매 박히어 /여물어 터지는 외줄기 환상 (幻像)의
빛깔로 취해버린 그날의 얼굴이고저,
어느날, 급한 바람살에 / 귀가 열리어 / 내 얼굴 전체가
온통 당신을 향한 귀가 되게 해주십시요.
나의 잃어버린 날을 모으며 / 바람부는 곳을 향하여
뼈마디와 살이 붙은 다음,
나도 함께 바람되어 / 어린 잡초(雜草)와 잠든 숲을 흔들어 깨우는
그런 당신의 소리가 되게 해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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