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홍어 - 김선태(1960~ )

푸른물 2010. 9. 4. 08:35
홍어 - 김선태(1960~ )


한반도 끄트머리 포구에

홍어 한 마리 납작 엎드려 있다

폐선처럼 갯벌에 처박혀 있다

스스로 손발을 묶고 눈귀를 닫아

인고와 발효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아무도 없다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다 다만

이 어둡고 비린 선창 골목에서

저 혼자 붉디붉은 상처를 핥으며

충만한 외로움을 누리고 있다.



그리하여 비바람 눈보라는 쳐서

그 신산고초에 제맛이 들 때

오래 곰삭아 개미*가 쏠쏠할 때

형언할 수 없는 알싸한 향기가

비로소 천지간에 가득하리라.

*개미 : 곰삭은 맛



홍어를 잡숴 보셨는가? "형언할 수 없는 알싸한 향기”를 풍기는 홍어,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그것의 “알싸한 향기” 때문에 먹지 않는다. 그 곰삭은 냄새가 역겹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시에서 홍어의 이미지는 계속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홍어 한 마리가 "갯벌에 납작 엎드려” 있는 모습이다가 나중엔 선창 골목에서 "붉디붉은 상처를 핥”는 이미지로 변형되며 드디어 그 상처에서 퍼져 나오는 향기를 만나게 한다. 시인은 홍어가 된다. 이미지 확산이다. 그러면서 고통은 향기로워진다. <강은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