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앙다문 입 - 문동만(1969~ )

푸른물 2010. 9. 4. 08:32

앙다문 입 - 문동만(1969~ )

새꼬막 까먹다,

개 중에 입을 열지 않는 것들을 만나면

죽어서 앙다문 어떤 입들이 생각나서

모질게 열 수 없는 당신 말이 떠올라서

짭짜름한 해감내 흐르는 갯바닥 길이

발바닥이 우묵하니 걸리는 조개등짝도 생각나서

둘러앉아 동죽과 백합을 까먹고 간간한 국물에

떡수제비를 끓여먹던 그 저녁이

반딧불이 꽁무늬에 흐린 등을 달던 그 여름밤,

쑥불 연기 속으로 날아간 아무개댁 아무개엄니

아무개 아버지 객사한 아무개성 미쳐버린 아무개누이 등등

장삼이사 누추한 이름붙이들, 생각나서

그 닫힌 입을 열다 보면, 아 입이 없는 당신들



먹을거리를 노래한 시들이 재미있을 때가 많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늘 먹으며 살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만큼 진정성이 묻어 나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여름 당신도 잡숴 보셨을 꼬막을 보면서 이런 죽음의 노래를 부르다니…. 아니 당신도 노래를 불렀다고요? 당신 특유의 노래를? 그렇다면 훌륭한 시가 되었겠지요. <강은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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