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시가 있는 아침]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중앙일보] 기사

푸른물 2010. 7. 1. 11:25

시가 있는 아침]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중앙일보]

2010.06.25 00:1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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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이선관(1942~2005)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가령 손녀가 할아버지 등을 긁어 준다든지

갓난애가 어머니의 젖꼭지를 빤다든지

할머니가 손자 엉덩이를 툭툭 친다든지

지어미가 지아비의 발을 씻어 준다든지


사랑하는 연인끼리 입맞춤을 한다든지

이쪽 사람과 윗쪽 사람이

악수를 오래도록 한다든지

아니

영원히 언제까지나 한다든지, 어찌됐든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참 참 좋은 일이다.



살이 닿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선 모든 거리(距離)를 지운다는 것이리라. 나와 너 사이에 있는 모든 거리, 체면의 거리, 고독의 거리, 불소통(不疏通)의 거리, 삶과 죽음 사이의 거리. 그렇다. 우리는 오늘 우리의 살(肉)을 너무 천대하고 있다. 시라는 이름의 순간접착제, 그것을 우리의 살과 살 사이에 바를 일이다. 살로 하여금 영혼이 되게 할 일이다. 장애인으로서 평생을 이 지상에서 겨우겨우 살다 간 시인의 깨달음을 통하여 당신과 당신, 함께 껴안을 일이다. 사랑할 일이다. 살과 살 사이의 미세한 열을 감지할 일이다. <강은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