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해인(1945~ )
아침마다
나를 깨우는 부지런한 새들
가끔은 편지 대신
이슬 묻은 깃털 한 개
나의 창가에 두고 가는 새들
단순함, 투명함, 간결함으로
나의 삶을 떠받쳐준
고마운 새들
새는 늘 떠날 준비를 하고
나는 늘 남아서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
오늘 아침 이해인 수녀의 시를 읽으면서 왜 나는 빨래를 생각하는 것일까. 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집 옥상에 미처 걷지 못한 빨래 하나가 걸려 외로운 깃발처럼 펄럭이고 있기 때문일까. 빨랫줄을 떠나지 못한 저 빨래는 그녀의 시를 읽는 순간 나에게로 건너와 새가 된다. 그러나 내게 온 그것은 결코 날지 못하는 새이다. 아무리 성능 좋은 세탁기로도 그 마지막 얼룩까지는 지우지 못하기 쉬운 우리들의 힘든, 지상에서의 세탁. 이 시각이면 늘 아침을 걷는 이들이여, 아직 거두지 못한 빨래가 있다면 어서 거두라. 그리고 날아보라. 새처럼, 언제나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새처럼. <강은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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