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으로 가는 꿈 - 박형준 (1966~ )
소 잔등에 올라탄 소년이
뿔을 잡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
땅거미 지는
들녘.
소가 머리를 한번 흔들어
소년을 깨우려 한다.
수숫대 끝에 매달린 소 울음소리
어둠이 꽉 찬 들녘이 맑다.
마을에 들어서면
소년이 사는 옴팍집은
불빛이 깊다.
소는 소년의 숨결을 따라
별들이 뜨고 지는 계절로 돌아온다.
이 시가 그려 보이는 십우도(十牛圖)의 장면은 소년이 힘들게 찾아낸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우귀가(騎牛歸家)’의 풍경 속이다. 그 옛집은 소년이 떠나온 본향이다. 깨달음의 주인공을 소년으로 공명(共鳴)시키는 까닭은 티 없이 빛나는 진리를 속진(俗塵)으로 가릴 수 없다는 시인의 배려일 것이다. 선명하도록 맑은 저녁으로 하여금 한층 웅숭깊어져 돌아오는 소년을 맞이하도록 배치한 구도가 그 점을 일깨운다. 궁극으로 가는 눈물겨운 길이 시 속으로 열려 있다고 시인은 믿는 것일까.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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