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살이 둥근 햇살을 통째 베어 무는
휴일 오후의 공원,
페달을 밟고 가는 아이의 속도가 빨라진다
갑자기 광장이 비좁다
그림자나무는 어지러운 듯 유리벽을 뚫고
겁먹은 표정으로 두리번거린다
저런,
둥근 것이 무섭다
아이가 좁은 광장에서 삐뚤삐뚤
불안한 세상의 원을 그린다
“아빠, 육삼빌딩 무너지면 우린 어떡해”
삐뚤거리는 아이의 목소리가 광장을 맴돈다
손정순
너른 광장에서 둥글게 원을 그리며 자전거 타기를 익히던 아이가 갑자기 그 속도가 무서워졌는지, 비틀거리며 불안해한다. 둥근 바퀴는 빠르게 굴러가야 원만하지만, 그 가속이 아이들에게 오히려 위태로운 순간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놀랄 만큼의 속도로 전개되는 문명도 거기 올라탄 우리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아슬아슬한 속도의 현기증, 그걸 견뎌내야 비로소 우리는 새 세상에 드는가. 으스스한 속도 속으로 걷잡을 수 없이 휩쓸려 드는 현실인 것 같아서 두렵다.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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